조상범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

자유롭게 저에게 질문을 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질문의 내용을 보니까 조상범님께서는 이제 저의 의도를 상당히 파악하셨는 것
같고, 제가 어떤 식으로 이야기해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질
문하신 내용의 핵심은 규칙3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지난번 규칙3을 올리고 의문
점이나 질문을 제기하시지 않은 분이 계셔서 보충을 하지 않았는데, 이번 글을
통해 규칙3의 보충형식으로 다루어 나가겠습니다.

먼저 궁금한 것은 어느학교에서 자기관찰 기법을 배워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
리고 제가 이야기한 자기관찰 기법은 저의 이론이 아니라 말더듬의 선각자들께
서 주장하신 이론들임을 밝혀둡니다. 그 중에서 Van Riper의 말더듬 수정 치료
기법에 나오는 이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초기에 이야기 했듯이 Van Riper의
이론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모든 말더듬 치료기법에 응용되고 있습니다.

그럼 핵심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자기관찰기법이 왜 긴장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답변입니다.

우리들(말더듬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어느누구나 할 것 없이 성인 말더듬이라면
강한 예측과 함께 긴장이 엄습해오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그 긴장이 다가오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피나는 예비연습을 하지만 결과는 실패로 돌아갑니다. 그러
나 또다시 그런 상황이 되면 유창성에 대한 미련을 못버리고 다시 똑같이 피나
는 예비연습을 합니다. 그 역시 실패로 돌아갑니다. 이런식으로 말더듬 행동을
일정한 패턴에 따라 지금까지 수없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여기서 짚고넘어가야 할 것은 예비연습입니다.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지금까지
예비연습을 하면서 그 예비연습이 무엇을 위해서 했는지? 거의 대부분은 긴장
이 다가오는 것을 감지하고 그 무서운 긴장을 어떤식으로든 회피하거나 감소시
키기 위한 방향으로 예비연습이 진행되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예비연습은
또하나의 회피수단입니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규칙5에서 논의될 것입니다.
앞서서 논의했듯이 긴장의 실체는 무엇입니까? 그 실체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지 자기 스스로 만들어 놓은 환상의 덫입니다. 혹은 긴장의 실체가 있다하더
라도 그것은 극히 조그마한 것에 불과한데 자신은 엄청날 정도로 크게 부풀여
생각합니다. 그러니 실상황에서의 긴장은 과히 그 위력이 대단합니다. 어쩌면
말더듬는 사람들의 목숨을 왔다갔다 할 정도로 그 힘은 실로 엄청나다 하겠습
니다. 이러한 환상의 덫은 말더듬이 시작된 어느시기부터 계속적으로 반복되어
오고 이제는 마침내 여러분들의 뇌리속에 확실하게 굳어졌을 것입니다. 이는 말
더듬는 사람들의 개인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이 차이라는 것은 우리가
사과를 보았을 때 그 순간 사과를 보면서 느끼는 방식을 개인에 따라 다를 것
입니다. 어떤 사람은 저 사과가 예쁘다라고 생각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먹고
싶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듯이 이러한 차이입니다. 다시 말하면 말더듬의 행동적
인 실체는 똑같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말합니다.

자 그럼 이해하기 쉽도록 다른 예를 들겠습니다.

5대5로 미팅 약속(혹은 소개팅)이 오늘 오후 2시에 있다고 합시다. 그래서 집을
나설 때 나름대로 옷도 잘 차려입고 나갑니다. 그러다가 점심시간이 되어 일단
친구들과 점심을 짜장면을 먹게 되었다고 가정합시다. 짜장면을 먹는 순간 그만
실수로 짜장면 국물을 하얀 티셔츠의 중간에서 약 5cm쯤에 직경 5mm되는 국
물이 3개 튀였다고 생각합시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화장실에 가서 열심히 손수
건으로 그 국물 자국을 지웠지만 제대로 지워지지 않아 약간의 얼룩이 남아있
습니다. 약속시간은 다 되어가고 그래서 옆 친구에게 "야! 이곳 어떠니, 괜찮
니?"하고 물어볼 것입니다. 그러면 그 친구는 "응 별로 크게 표시나지 않아"라
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본인은 계속해서 그 부분이 신경쓰일 것입니다. 왜
냐하면 분명 얼룩자국이 자신이 보기에는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불행중 다행인지 왼 팔을 약간 위로 올리면 그 부위가 완벽하게 가려지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됐다 싶어 그렇게 하기로 하고 약속시간이 되어 그 장
소에 나갔습니다. 그러나 어쩐지 마음 한 구석에는 계속적으로 그 부위가 신경
이 쓰였습니다.

자! 그러면 이 상황에서 두가지의 방법이 있습니다. 물론 돈이 많다면 당장 입
은 티셔츠를 버리고 다시 살 수 있을 것이지만, 그와 같은 극단적인 가정은 배
제하고 두가지의 방법을 알아내보세요.

제가 시간도 없는데 바로 대답하죠.

한가지는 위의 글에서 처럼 왼팔을 약간 올려서 가리고 계속 행동하는 것이고,
두번째 방법은 보이면 어때 하면서 약속장소에 가서 먼저 자기 소개하기전에
유모어스럽게 "저 지금까지 짜장면을 한번도 못먹었는데, 오늘과 같은 특별한
날에 짜장면이 맛있을 것 같아 먹다고 짜장면 먹은 표시로 이런 자국을 냈는데,
멋있죠"이렇게 말할 수도 있고, 그냥 솔직히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위의 두가지 방법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첫번째 방법은 짜장면 자국을
계속해서 숨기는 것이고 두번째는 상대방에게 솔직히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의 방법은 비록 숨길 수는 있지만, 계속해서 불안이 잠재되어 있고, 그 부
위에 신경쓰다가 진정 즐거운 대화를 해야하는데, 실수를 하는 경향이 많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두번째의 방법은 비록 처음에 그와 같은 사실을 밝히기가 다
소 힘들지만, 일단 한번 말해버리면 그 뒤에는 그 부위에 더이상 신경쓰지 않고
충실한 만남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첫번째 방법으로 한다면, 상대방은
다소 이상하게 생각하실 것입니다. 계속해서 왼팔을 약간위로 들면서 행동하는
것을 보고 의아해하면서 잠시잠깐사이에 그 부위를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와 함께 그것을 숨기기 위해 그 사람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합니까.
그러나 두번째 방법은 솔직히 인정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처음에는 다소 불쾌감
을 유발시킬 수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 사람의 진실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이가 더 좋아질 수가 있는 것입니다.

물론 위의 예가 적절한 예인지 어떤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따르겠습니다.

이처럼 말더듬도 마찬가지 입니다. 여러분들이 어떤 상황에 직면해서 말더듬을
것이라는 강한예측을 했다면, 이미 그때는 여러분들이 아무리 피나는 예비연습
을 한들 긴장만 가중시킬 것입니다. 조상범님께서 질문하신 것이 말더듬을 받아
들인다는 것은 엄청난 긴장과 공포를 받아들이는 것인데 이것이 앞뒤가 잘 안
맞지 않는가라는 질문인 것 같습니다.

말더듬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긴장을 가중시키기 보다는 긴장을 없애는 효과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위의 예를 보시면 다소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됩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어느 상황에서 말하기전에 말더듬을 것이라는 강
한 예측을 했다면 이미 그 상황에서는 아무리 여러분들이 자신들의 말더듬이
싫더라도 말을 더듬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말더듬
치료기법을 가지고 예비연습을 해보세요. 말하는 그 순간 모든 것이 사라지고
더듬게 될 것입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조상범님이 이야기 하셨듯이 떨리면 떨
리는 대로 안나오면 안나오는데로 포기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입니다. 그러나 이
렇게 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진정으로 이렇게 할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은 말더
듬으로 부터 영원히 해방되었다고 해도 됩니다. 그 사람은 더 이상 말더듬이가
아닙니다. 이렇게 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말더듬는 사람이
말이 막히는 그 순간은 비록 칼이 목에 없다 뿐이지 생과 사가 왔다갔다하는
매우 절박한 상황입니다. 그 순간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인간은 본
능적으로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는다고 생각들면 자기 방어하는 경향이 있습니
다. 어쩌면 말이 막힐 것이라는 예측을 한 후 피나게 예비연습을 하는 이유도
살려는 본능의 일환일 것입니다. 말더듬이가 가장 두렵게 생각하는 것은 침묵입
니다. 또 말이 막힐 것이라는 예측을 한 후 처절하게 예비연습을 하는 이유는
살려는 본능으로 볼 수 있고, 그 예비연습이 잘 적용되지 않는 것은 자신이 생
각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말더듬 순간이
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떠한 방법도 말더듬 순간에 직면하면 모든것이 물거품처
럼 사라집니다. 이러한 이유는 어떤 말더듬이들도 진정으로 자기가 말이 막혔을
때 자기자신의 조음기관등은 무엇을 하고 있는 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규칙7에서 상세히 논의될 것입니다.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앞서서도 이야기 했듯이 치료기법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
다. 어떤 치료기법도 적용되기 위해서는 그전에 자기가 어떤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아내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치료들은 주
로 치료기법 그 자체에만 촛점을 맞추어져 왔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번에 제
가 이야기 했듯이 규칙8의 막힘전 교정절차가 있는데, 이 기법은 정말이지 겉으
로는 전혀 이상한 행동을 보이지 않고 통제해가는 방법으로 제가 소개하는 글
을 마지막 규칙입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서 바로 말하지 않는 것은 그 규칙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다시말해서 더 중요하다
기 보다는 그 기법이 적절히 적용되려면 그 전제 조건들이 규칙1에서 규칙8의
막힘순간 교정까지 입니다. 지금까지 올린 글의 내용은 규칙1에서 3까지는 말더
듬의 자기관찰의 의의에 대해서 설명했다면, 규칙4부터 규칙8까지는 자기관찰을
좀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세부적인 방법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가 주장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관찰입니다. 이 자기관찰이야말로 여러분
들의 말더듬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게 할 수 있고, 말더듬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라고 제자신이 믿기 때문입니다.

규칙5에 대한 글을 다소 늦어질 것 같습니다. 요즈음 학기말이라서 다소 바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가급적 조속한 시일내에 규칙5에 대해서 글을 올릴 것을
약속합니다.

다시한번 질문하신 분께 감사드리며, 말더듬이라는 짐을 지고 살아가는 모든 분
들을 위하여 이러한 좋은 자리를 제공하고 계시는 박명성님께도 깊히 감사드립
니다. 그럼 건강하세요.

옥정달 배

*PS- 조상범님! 질문에 답변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열심히 하세요. 제가 보니까
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정상이 저 멀리 보입니다. 조금만 힘내시면 정상에 도달하
리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