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님의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말의 문제는 말의 문제가 아님은 분명합니다. 한 사람이 삶을 살
아가는 방식, 더 구체적으로는 다른 사람이나 어떤 현상에 대한
시각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달라져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그 두
껍고 질긴 껍질을 벗고 나와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그
껍질을 벗고 있는 중입니다.

바둑 격언에 이런 말이 있지요. 세고취화. 불리하면 변화를 구하
라.

변화를 구함이 좋을 듯 합니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 맞
다고 생각했던 것, 일정한 경향으로 흘렀던 것, 그런 것들에 대
해서 변화를 구함이 좋을 듯 합니다.

사람의 의식구조라는 것은, 그 수준 이상은 알고 보기가 어렵게
되어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기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
떤 기준을 옳고 그름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내가 편안한가, 내
가 당당해지는가로 정함이 좋을 듯 합니다. 지금까지 아무리 나
쁘다고 생각했던 것도, 내가 편안하다면 옳은 것이고, 내가 아무
리 옳다고 생각했던 것도 내가 편안하지 못하면 옳은 것이 아니
라는 말이 되겠지요.

이 상황에서 가장 대범하고 가장 호탕한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
가장 너그러운 사람, 가장 통이 큰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를 머리
속에 그려보는 것도 좋을 듯하고요, tv를 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나와 다른가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항상 "내가 있구나"에 관심의 촛점을 맞추는 것도 아주 강력한
방법이구요. "슬퍼하는 내가 있구나", "그것을 열등하다고 생각
하면서 괴로와하는 내가 있구나", "소심한 내가 있구나" 등등

말을 할 때도 "내가 있구나"에 주의를 기울이고서 말을 해보세
요. "떨리는 내가 있구나", "불안하지만 말을 하려는 내가 있구
나", "이런 저런 말을 하는 내가 있구나"

어떻게 달라지는지.

말을 잘한다는 사람은 대충 어떤 특징이 있고, 말을 잘 못하는
사람들은 또 어떤 특징이 있는지 살피면서, 자신을 점점 변화시
켜나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듯 합니다.

현재의 자기는 그대로 두고서, 어느 날엔가 말만 변화되기를 바
라는 것은, 참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어떤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말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런 것과 대충 비슷하지 않
나 합니다.

어떤 사람은 운전중에 누가 자기를 추월하면 반드시 도로에 침
을 세 번 뱉어야만 하며, 그렇지 못하면 도무지 불안해서 아무것
도 못한다 합니다.

말문제도 사실은 이런 것과 비슷합니다. 그 사람은 자기가 옳다
고 믿는 것에 대한 확신이 있겠지요. 침을 세번 뱉지 않으면 불
행한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확신. 그러나 정작 문제의 원인
은 그 확신이 아니겠습니까?

말이 안나올 것이라는 확신 또는 의심...

그 확신이나 의심만 없어지면 누구나 말을 좔좔 하게되겠지요.
그래서 그 확신이나 의심은 결국 어떤 착각에 불과한 것이고, 결
국 "말더듬은 말더듬이 아니며, 말막힘은 말막힘이 아니며, 말더
듬도 말막힘도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 말이 되겠지요.

존재했던 것은 순간 순간마다의 어떤 질긴 생각이나 기분이 아니
었을까요?

Jack Menear와 John Harrison간의 대담에서 Menear가 Bates
System이라는 시야훈련, 시선훈련을 했다는 말이 나오는데, 거기
에 대해서 조금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말 못지 않게 시야, 시선이라는 것도 역시 동일하게 한 사람의
삶의 방식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선이 곧은가 구부러졌는가, 시선이 자주 움직이는가 웬만해서
는 움직이지 않는가, 시선이 편안한가 불안한가, 남과 편안하게
오랫동안 눈을 마주치고 볼 수 있는가 등은 역시 그 사람이 살아
가는 방식, 그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생
각이 들더군요.

시선을 잘 유지하면 말하는 데도 아주 도움이 됩니다. 즉 정면대
결만 할 수 있으면, 불과 몇 초 전까지 그 불안했던 말이 아무
의식이 없어지면서 우렁차게 됨을 경험한 분도 없지 않을 것입니
다.

시선이라는 것, Jack Menear가 한국에서 이 홈페이지를 보는 분
들에게 던졌던 그 화두를 한번 생각해보시고, 자기를 돌아볼 기
회가 될 수 있을까요?


방명록에서 game 님께서 질문하셨던 취지를 몰라서 그렇게 답했
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그 질문들은 머리속의
생각 정도가 아니었나 합니다. 그런 생각들은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이지 않습니까?

지금 당장은 말의 문제 그외에 내게 닥친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더 급선무이지 않을까요? 깨달음이나 득도에 대해서 아무
리 많이 생각하고 많은 말을 해보아도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까요?

육체가 내가 아니라고 성인들은 누누히 말씀하셨지만, 오히려 제
가 보기에는 "육체가 나이면 어떻고 내가 아니면 또 어떤가, 깨
달으면 어떻고 못깨달으면 또 어떤가, 지금 내 앞에 닥친 문제
해결이 먼저다, 지금 당장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게 먼저다" 하
는 마음이 더 바람직하지 않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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