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댓글 확산땐 포털도 책임" 판결

김진 기자 mozartin@chosun.com
입력 : 2007.05.18 19:21

포털 사이트가 사람들이 많이 보고 댓글도 많이 올리는 명예훼손 표현물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하고 검색 서비스를 통해 확산시켰다면, 명예훼손 표현물을 직접 작성하지는 않았더라도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최영룡)는 18일 자살한 여자친구의 홈페이지에 대한 기사가 퍼지면서 실명과 신상이 공개된 김모(31)씨가 NHN(네이버), 다음커뮤니케이션, SK커뮤니케이션즈, 야후코리아 등 4개 포털사이트를 상대로 “5억여원을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300만~500만원씩 모두 16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동안 법원은 포털 사이트가 허위 기사를 올렸을 때만 책임을 물었으나, 이 판결은 이용자들의 댓글과 검색 서비스를 통해 명예훼손이 확산된데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책임을 인정했다.


김씨와 사귀다 자살한 서모씨의 어머니 유모씨는 2005년 5월 S사 사이트의 서씨 홈페이지에 “김씨가 딸이 사귀다 2번이나 임신시켰으나 김씨가 헤어지자고 해 딸이 자살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서씨 홈페이지에 김씨를 비방하는 글이 폭발적으로 올라오자 포털사이트들은 관련 기사를 뉴스 영역의 초기화면 등에 올렸다. 김씨를 비방하는 댓글이 쏟아졌고, 검색서비스에는 김씨 실명과 사진 등이 표시됐다. 김씨가 “댓글을 삭제해 달라”고 했으나, 포털사이트들이 “게시물을 특정할 수 없다”고 하자 김씨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기사 댓글을 통해 김씨 정보를 얻을 수 있으므로 포털사이트들은 기사로 인해 김씨 명예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았는데도 관련 기사를 게시, 네티즌들이 댓글로 김씨를 비방하게 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언론사 제공 기사들을 분류하고 제목을 변경하기도 하고, 댓글 공간으로 여론 형성을 유도하는 점 등을 볼 때 포털사이트는 정보 전달자 역할에 그치지 않고 기사 내용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포털사이트는 댓글과 검색서비스를 통해 불법 표현물이 확산되는 사실을 알았다면 삭제요청 등 피해를 방지했어야 하고, 커뮤니티 서비스도 감시를 통해 게시물을 삭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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