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굉장히 더듬었다. 옛날로 다시 되돌아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느꼈다. 무언가 특별한 노력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든다.
무언가 대책을 세우고 열심히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더듬거리는데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이
너무 불안하다.

나는 말을 더듬거릴 때마다 무언가를 해야, 말더듬을
완화시키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무언가를 해야한다.

요즘엔 말더듬을 고치기위해서는 말더듬을 고치기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매우 역설적인 이야기이지만 말더듬이란 것이
말더듬지 않으려는 노력자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말더듬지 않으려고 힘을 주고 긴장하는 것이 곧
말더듬 아닌가. 그렇다면 말더듬을 고치기위해서는
말더듬지 않으려는 노력을 중단해야 하지 않는가.

머리속으론 이런 것이 가능한데 실제로 말을 더듬게
되면 말더듬을 고치기위해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계속 시달린다. 말더듬이 너무 무섭기
때문이다. 빨리 말더듬에서 벗어나고 싶다. 하지만
말더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말더듬의 답답함,
창피함, 불안감을 피해서는 않된다. 답답하고
창피하고 불안해도 말더듬을 고치기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 왜냐하면
나는 계속 말더듬을 고치기위해 무언가를 해야한다
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기 때문이다.말더듬는 것이
두렵고 창피하고 답답해도 더듬어질 땐 더듬으면서
더듬지않기위한 일체의 노력을 중단해야 한다.
말더듬 치료의 과정이란 것이 말더듬지 않으려는
노력들을 하나 하나 찾아내서 지워나가는 과정은
아닌가.

아무 것도 하지않는 것이 연습이 필요한
것은 지난 수십년동 내가 말더듬지 않는 노력을
계속해와서 그 노력들이 내 몸과 의식에 배어버려
자동적으로 말더듬지 않으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더듬지 않으려는 노력을 중단하고 더듬어질 땐
더듬어야 한다. 창피한 것, 두려운 것, 답답한 것
이란 것들과 익숙해져야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연습을 한다. 노자의 냄새가
나는데 말더듬 치료과정을 어떤 이는 득도의 과정이
라 했는데 일리가 조금은 있는 것같다.
잡힐듯 잡힐듯 하면서 무언가 확실한 것을
잡았다고 생각하면 다시 아무 것도 없고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되는 순간 다시 확실한 것이 떠오른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만족할 만한 수준에 오르지 않을까. 요즘엔 이런
생각으로 하루 하루 산다.

이런 저런 생각을 써보았습니다.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나의 복잡한 의식을 좀더
명료하게 해보고 싶은 욕심에서 좀 장황하게 썼습니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