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 갈 수록 눈은 또렷해져온다.
아마도 이 밤은 또 나로 하여금 고민 속에 파묻히게 하려고 할 모양이다.

홈 페이지에 오면 바로 옆에 아무도 없어도 꼭 누군가가 내 머리
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며 내 얘길 아무 말 없이 들어주고 있는
듯 한 느낌이....
나도 모르게 들곤 한다.

근데 사는 얘기란에 뭘 쓰려고 분명히 뭔가 쓰려고 들어 왔는 데
생각해보니 요즘 나의 삶은 특별한 테마란 게 없이 그냥 체바퀴
처럼 똑같이 돌아가는 생활이라...갑자기 난감해진다.

신선한 주제도..유머도..누구처럼 완치법을 터득했다라든가... 아니면 넘 슬퍼서 울고 싶은 내용이라든가..그런게 없다.

가끔 난 내가 지나가는 말 처럼(의도된 말이긴 하지만) 어떤 싱
거운 얘길 해서 남을 웃길 땐 증말 내가 자랑스러워진다. 말더듬
이들은 유창하게 재밌게 어떤 얘길 실감나게 소화해서 얘길하는
능력이 특이나 없으니..말이다. 그 담으로 내가 자랑스러워 질
땐 세미나같은 데서 주제 발표를 아주 예쁘게 그리고 조리있게
마치고 나올 때다.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이란게 고작 이런 일 따위에 고정되어 버리
다니...맛있는 걸 먹는다던가..누군가에게 dash를 당할 때보다
장학금을 타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해드릴 때보다..난 그때 더
나 자신이 살아있음을...그리고 죽지 않고 살아야 할 이유
를 느끼는 것 같다.

고작 그런 일 따위가 내 인생을 좌지우지 할 정도의 큰 大事가
되어 버리다니...갑자기 내 인생이 아주 가소로워보인다. 내 등에 지워진 짐 하나 쉬 버리지 못하고 끙끙대며...징징짤땐
머릿 속에 암 생각도 안든다. 그냥 눈물 뿐...

그래도 난 악바리니까..우리 엄마 말처럼 여우니까...잘 해내겠
지...나보다 훨 나이가 많고 유식하고 인간성 좋은 아저씨 아줌
마들도..박사도...의사도...그 누구도..아무리 천사처럼 착해서
남에게 한 치의 나쁜 짓도 안해본 사람도 여직껏 말을 더듬어서
절망하고..그래도 지금 이 순간까지도 포기않고 모두들 노력하고
있는 데...왜 난 혼자 이렇게 쭈그리고 앉아서 생의 절망에
나 자신을 소모시키고 있는지...이러지 말아야지!!

이렇게 나 자신을 위로하고 또 위로한다.
다시 나의 삶이 건설적인 무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생각은 끝도 없이 날 지옥으로 몰고 갔다 천국으로 데려갔다 갈
팡질팡 날 가지고 장난친다.
이럴땐 온 몸이 다 땀이 젖을 정도로 아무 생각없이 학교 운동장
을 미친듯 돌고 싶어진다. 뛰고 있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도 어떤
목소리도...다 내게서 멀어져가고 오직 내 숨소리만 느낄 수 있
을 테니까...내가 살아있음에 감사하며...그리고 아직은 몇 십번
이고 인생의 괘도를 뒤엎을 수 있을 젊음이 남아 있음을 감사하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