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득헌님의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착착함을 느낌니다.
강득헌님이 절절하게 쓴 내용은 바로 내이야기 입니다.
전화를 걸었는데 말이 한마디도 나오지 않아 상대방이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다가 끊을 때의 그 죽고 싶은 자기
혐오의 감정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입니다.

전화를 한 번 하고 나면 온 몸에서 땀이 흥건하게 흘러
속옷이 다 젖고 힘이 쭉 빠져나간 느낌.그리고 전화를 끊고
났을 때 전화 상대방과 같은 사무실의 동료들이 의식되면서
느끼는 그 창피한 감정. 정말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나는 예전에 이런 상화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마음속으로 말더듬은 별거 아냐 말더듬을 수도 있지 나중에
말더듬 고쳐서 사람들에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그 더러운 자기혐오 감정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애를 쓰곤 했습니다. 한편으로 내가 왜 발성법을 쓰지않았나
좀더 천천히 말을 했어야 했는데 하면서 자책감에 빠졌습니다.
그리곤 다음엔 좀더 천천히 해야지 좀더 말더듬을 노출해야지
하면서 다짐을 하곤 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다음에
전화할 때도 똑같이 반복되었습니다. 다짐도 소용없이.

나는 강득헌님의 글을 읽으면서 '말더듬을 드러내야 한다'는
다짐 비슷한 것을 봄니다. 말더듬을 드러내야 말더듬을 고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됨니다.

강득헌님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말더듬는 사람들 나를 포함
해서 말더듬는 사람들의 강력한 특성을 발견하는데 그것은
'당위성'에 집착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무엇 해야한다는
당위성에 너무 강하게 매달리고 있습니다. 양심 과대증이라고
도 할 수 있는데 현실의 나보다는 이상의 나에 매달리고 있습
니다. 현실의 나에게는 조금도 만족하지 못하고 변화된 나만이
가치가 있습니다. 말더듬는 나는 생각하기 조차 수치스럽고
말더듬는 상태로는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없습니다. 너무
창피하게 때문입니다.

말더듬 고치는데 있어서도 비슷한 이상에의 집착이 나타납
니다. 발성법을 '반드시 사용해야' 합니다. 발성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나는 의지가 박약한 놈이라는 자책감에 시달립니
다. 말더듬을 '노출해야' 합니다. 말더듬을 100% 노출해야 말
더듬을 고치는데 나는 그게 않됩니다.나는 용기가 없는 놈입
니다. 말더듬은 사실 별거 아닌데 창피한 일이 아닌데 자꾸
창피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그게 않됩니다. 이렇게 우리는 무엇무엇 해야 하는데 그게 않
됩니다. 그래서 말을 더듬고 말더듬을 고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결론속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이런 강박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현실에 머무르
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발성법에 따라 항상 말하는
것 그것 않됩니다. 말더듬 !00% 노출하기 그것 않됩니다.
창피하다고 생각않하는 것 그것 역시 않됩니다.

더듬는 것 어쩔수 없습니다. 말이 막힐 때는 더듬어야합니다.
않더듬을려고 애쓰면 더 더듬습니다. !00% 노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자기가 기분좋은 정도로 노출해야 합니
다. 막 솟아오르는 창피한 감정 그냥 느껴주어야 합니다.

이제 현실의 나로 조금씩 조금씩 돌아와 나를 무엇무엇 해야
한다는 억압에서 풀어주는 것이 치료의 과정이 아닌가 합니다.
말더듬지 않아야 한다는 억압에서 나를 풀어주고 말더듬을
!00%노출해야 한다는 또다른 극단의 억압에서도 풀어주어야
합니다. 이상에서 자기 현실로 돌아와 자기를 좀더 사랑하고
자기를 어루만져 주는 것이 치료의 시작일 것입니다.

자기의 감정에 충실한 것도 현실의 나를 긍정하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어렵지만 창피한 감정을 피하고 떨쳐 버리려
애쓰지않고 오히려 그것을 최대한 느껴보면서 내가 창피한
것을 참아낼 수 있구나 를 깨닫게 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답답하고 또 답답하지만 어떻하겠습니다. 이 답답한 현실이
나인 것을. 이 답답한 것에서 인위적으로 빠져나올려고
무리하게 애쓰지 말고 그 답답함속에 가만히 침잠하면서
답답함속에 머무르는 가운데 우리속에 있는 내적인 힘을
느낄 때 참된 변화가 시작되지 않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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